내일이 그리는 총학생회.
목소리 큰 소수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총학생회가 아니라 일 잘하는 총학생회,
교직원 사회와의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공동체적 신뢰를 회복하는 총학생회,
총장선출제도부터 생활 속 사소한 문제에까지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총학생회,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내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총학생회를 만들겠습니다.
2018년의 총학생회는 바뀌어야 합니다
학생회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이자 학생회에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1980년대였습니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공통된 정치적 의견을 대표하여 독재정권에 맞서고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싸웠으며 학생들 역시 이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민주화의 바람이 불던 1990년대 이후 학생회는 학생들의 관심을 점차 잃어갔습니다. 이는 시대가 바뀌며 학생들의 정치적 요구가 다변화되었기 때문이며, 학생들의 관심이 단일한 정치적 활동에서 벗어나 각자가 중요시하는 가치들로 다원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8년의 총학생회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비록 그 구호가 군부독재 타도에서 서울대 법인화 반대, 대학 기업화 반대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정치적 투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운동권 총학생회가 당선되었을 때는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운동권 정치조직의 의견에 휘둘리며 전체 학생들의 삶과 동떨어지고 있습니다.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강경한 투쟁을 반복하면서도 정작 무엇 하나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몇몇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수많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소한 복지사업과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문제 해결에 치중하며 내실 있는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총학생회는 교수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학생들의 동의 없이 시흥캠퍼스에 강제로 옮겨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학교의 대표인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겪는 생활 속 불편함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대의 변화, 학생들의 변화에 맞추어 학생회의 역할도 변화해야 합니다. 2018년의 총학생회는 정치적 투쟁기구로만, 혹은 단순한 민원 처리소로만 남아서는 안됩니다. 2018년의 총학생회는 대학의 교육 정책과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에 대해, 대학의 복지 정책과 우리의 생활환경에 대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권익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대학의 불합리한 정책에는 반대하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오늘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내일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학생회 밖, 공론장 밖의 학생들을 대변하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관심을 잃은 이유는 학생들의 관심사와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관심사와 멀어진 이유는 학생들과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총학생회는 학생회 회의실로 대표되는 공론장 밖에서 수렴되는 학생들의 의견을 공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과/반학생회에서 단과대학생회, 단과대학생회에서 총학생회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구조를 통해서만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 결과 총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이 아니라 회의에 참여하는 일부만을 대변했으며 각자의 삶이 바빠 학생회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시되었습니다. 이렇게 총학생회가 공론장에 참여하는 소수에 의해 움직일수록 학생회는 학생들과 멀어졌습니다. 학생회가 학생들과 멀어질수록, 학생들을 반대보다는 무관심을 택하며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활동에 일일이 반대하지 않는 것은 총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지만, 총학생회는 무관심과 침묵을 찬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감히 말합니다. 총학생회라면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전체 학생들의 관심과 요구를 대변하고,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해야 합니다. 총학생회의 의견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총학생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잘 수렴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경로로 수렴되는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총학생회 차원의 여론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총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질문에 책임있게 답변하겠습니다. 과/반 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웠던 기숙사생, 외국인 유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기존의 과/반 학생회 체제 밖에 존재하던 전공/학과 자치회와 직접 소통함으로써 기존 총학생회의 테두리 밖에 있던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믿어달라는 말 대신 믿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신뢰 역시 잃어버렸습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다는 형식적인 정당성을 넘어 총학생회 활동의 실질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총학생회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과거의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학내외 사안에 대응해왔습니다. 총학생회가 선택한 문제가 중요한 문제라고, 총학생회가 선택한 대응의 방향성이 옳으니 지지해달라고 학생들을 설득하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총학생회의 활동이 선거에서 학생들이 선택했던 방향성과 달라지는 것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총학생회가 원하는 일이 아닌 학생들이 원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에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습니다. 학내외의 거시적인 사안에 대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겠습니다.
총학생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외치지 않겠습니다. 과거의 총학생회는 시흥캠퍼스에 학생들을 강제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음에도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만을 주장했습니다. 학생들의 신뢰를 잃었음에도 무리하게 본부 점거를 시도했습니다. 국회의 의결이 필요한 일임에도 현실적 대책 없이 법인화 폐기를 주장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시간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의 총장 선출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총학생회는 분명히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듣기 좋은 구호만 외치고 끝나서는 안 됩니다. 학내외 사안에 대응할 때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요구를,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식으로 주장하겠습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 지킬 수 있는 구호를 외치는 총학생회를 만들겠습니다.
대의를 위해 수단과 절차를 희생하지 않겠습니다. 2017년 4월 4일, 전체학생총회에서는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철회라는 방향성이 의결되었으나 그 방법으로써의 본부 점거는 2000명 중 600명만이 선택했습니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결국 5월 1일 본부 점거에 돌입하며 학생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희생하지 않고, 절차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학생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거시적인 사안에 대한 대응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원칙에 따라 일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을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해내겠습니다. 초기의 목표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겠습니다.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총학생회가 아니라 일 잘하는 총학생회를 만들겠습니다.
반대와 투쟁의 정치를 멈추겠습니다
대학본부를 포함한 학내 다른 구성원들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서울대학교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대학은 때때로 잘못된 정책을 집행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타전공 S/U 수강제도와 같은 좋은 정책을 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총학생회는 대학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일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총학생회가 대학과 교직원을 싸워야 할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총학생회는 학교와 교수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와 투쟁의 정치를 넘어, 무엇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분명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대학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정책에 대해서는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나아가 정책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개진하겠습니다.
학생은 분명한 대학의 구성원입니다. 대학에서의 학생의 권리를 분명하게 주장하겠습니다. 그러나 교수와 직원 역시 대학의 구성원입니다. 대학의 다른 구성원들에 대해 무조건적 배제와 투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학생이 없는 대학이 존재할 수 없듯, 교수와 직원이 없는 대학 역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총학생회는 솔직해져야 합니다. 총학생회만의 힘으로 학생들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 직원 및 학내 기관들과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불필요한 갈등은 지양하고 학내 다른 구성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협력을 도모하겠습니다. 물론, 학교를 상대로 강경하게 투쟁해야 하는 상황도 때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대학 공동체에서 다른 구성원과의 대화를 중단하는 투쟁은 국제사회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전쟁과 같습니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꼭 필요하다면 전쟁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쟁은 첫 번째 선택이 아니라 마지막 선택이어야만 합니다.
학생들의 삶으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내일>의 총학생회는 공론장 밖의 학생들을 대변하겠습니다. 총학생회에 대한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교수, 직원, 학내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겠습니다. 이러한 방법론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겠습니다.
좋은 강의를 선택하고 싶은 당신과 함께 강의평가를 공개하겠습니다. 수강생의 피드백이 제대로 반영되고 학생들이 강의를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마이스누 강의평가의 문항을 개선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겠습니다.
매일 아침 지각을 면치 못하는 당신과 함께 사당 셔틀을 만들겠습니다. 당신은 강남순환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사당에서 10분 만에 행정관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기말고사 점수도 모른 채 학점을 받아든 당신과 함께 클레임 기회를 보장하겠습니다. 학사일정에 학점이 공개되는 시점과 확정되는 시점을 분리하여 이의제기 기간을 보장하겠습니다.
주전공과 다른 전공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당신과 함께 타전공 SU제도를 확대하겠습니다. 당신은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셔틀버스 막차가 끊긴 줄도 모르고 20분을 기다린 당신과 함께 학내외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 안내 전광판을 설치하겠습니다. 당신의 관악타임은 조금이나마 단축될 것입니다.
교수님의 불쾌한 신체접촉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당신의 편에 서겠습니다. 교수자와 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단호하게 대응하겠습니다.
노원구에 사는 통학생과 함께 기숙사 선발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기숙사 선발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9학점밖에 수강하지 못하는 당신과 함께 등록금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초과학기와 마찬가지로 정규학기에도 9학점 이하만 수강할 경우 등록금을 반액만 납부하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각종 서류에 교수님의 서명을 받지 못해 불안해하는 당신과 함께 학사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드랍지, 초안지, 근로장학 신청서를 전산화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겠습니다.
교수님이 독단적으로 잡은 주말 보강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당신의 편에 서겠습니다. 수업 중에 발생한 불합리한 조치에 총학생회가 당신을 대신하여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공깡에서 볶음밥을 먹을 때 무언가 아쉬워하던 당신과 함께 짬뽕 국물을 얻어내겠습니다. 식당의 품질, 청결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총학생회의 사업은 여러분의 삶에서, 여러분의 시선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일상과 함께하는 총학생회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의 학교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